번아웃은 일에서 오는 만성 스트레스로 지친 상태를 가리키는 말이며 병명은 아닙니다. 우울증은 치료가 필요한 질환입니다. 쉬면 나아지는지, 일 밖의 삶까지 즐거움이 사라졌는지가 둘을 가르는 단서입니다. 두 상태는 자주 겹치므로 2주 넘게 쉬어도 좋아지지 않는다면 진료를 받아 보세요.
진료실에서 “번아웃이 온 것 같아요”라는 말을 자주 듣습니다. 직장인뿐 아니라 시험을 준비하는 학생, 아이를 키우는 부모도 같은 말을 합니다. 번아웃이라는 말은 익숙하지만 그 안에는 쉬면 회복되는 피로부터 치료가 필요한 우울증까지 여러 상태가 섞여 있습니다. 둘을 어떻게 구분하는지, 회복은 어떤 순서로 오는지 정리했습니다.
번아웃은 무엇인가요?
세계보건기구(WHO)는 2019년 국제질병분류 11판(ICD-11)에 번아웃을 올리면서 병명으로 분류하지 않고 “직업 관련 현상”으로 분류했습니다. 정의는 “잘 관리되지 못한 만성적인 직장 스트레스에서 비롯된 증후군”이며 세 가지 특징이 있습니다.
- 에너지가 바닥나고 지친 느낌
- 일에 대한 거리감, 부정적이거나 냉소적인 태도
- 업무 효능감 저하
WHO는 번아웃이 직업과 관련된 현상에만 쓰는 말이며 삶의 다른 영역에는 쓰지 않는다고 덧붙였습니다. 육아나 수험 생활로 지친 상태를 흔히 번아웃이라고 부르지만 엄밀한 의미와는 조금 다릅니다.
우울증과는 어떻게 다른가요?
진료실에서는 아래 차이를 먼저 살핍니다. 절대적인 기준은 아니지만 스스로 점검해 볼 때 도움이 됩니다.
| 구분 | 번아웃 | 우울증 |
| 영향 범위 | 주로 일과 관련된 영역 | 일, 관계, 취미 등 삶 전반 |
| 쉬었을 때 | 휴가나 주말에는 나아짐 | 쉬어도 가라앉은 기분이 이어짐 |
| 즐거움 | 일 밖에서는 즐거움이 남아 있음 | 좋아하던 일에도 흥미가 없음 |
| 생각 | 일과 조직에 대한 냉소 | 자신을 탓하는 생각, 죄책감, 절망감 |
| 분류 | 직업 관련 현상 (병명 아님) | 치료가 필요한 질환 |
둘은 자주 겹칩니다
구분이 늘 깔끔하지는 않습니다. 핀란드에서 30~64세 직장인 3,276명을 조사한 연구에서는 번아웃이 심한 사람의 절반이 우울장애를 함께 겪고 있었습니다. 번아웃이 심할수록 우울장애 위험도 높아졌습니다(Ahola 등, 2005).
학계에서도 두 개념의 관계는 논쟁 중입니다. 연구 92편을 검토한 논문은 번아웃과 우울증의 구분이 개념적으로 약하다고 결론지었습니다(Bianchi 등, 2015). 반면 여러 연구를 모아 분석한 논문은 둘이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지만 서로 다른 개념이라고 보았습니다(Koutsimani 등, 2019).
진료실에서 중요한 점은 하나입니다. 번아웃이라는 이름 때문에 우울증을 놓치지 않는 것입니다. 번아웃은 쉬면 회복되지만 우울증은 쉬는 것만으로 좋아지지 않는 경우가 많고 치료하면 좋아집니다.
이럴 때는 진료를 받아 보세요
- 2주 넘게 쉬었는데도 기운과 기분이 돌아오지 않는다
- 주말이나 휴가에도 즐거운 일이 없다
- 잠들기 어렵거나 반대로 하루 종일 잠만 잔다
- 내가 쓸모없다는 생각, 모든 게 내 탓이라는 생각이 든다
- 사라지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마지막 생각이 든다면 혼자 견디지 말고 바로 도움을 요청해 주세요. 24시간 정신건강 위기상담 전화는 109입니다.
회복의 기본 네 가지
멘탈탄탄에서 번아웃 회복을 다룬 편에서 DF 원장들은 번아웃으로 오신 분께 아래 네 가지를 먼저 권한다고 말했습니다. 번아웃이 온 환경에서 잠시 벗어나는 것이 출발점이고 순서도 중요합니다.
| 순서 | 내용 |
| 1. 수면 | 하루 7시간이 어렵다면 적어도 6시간은 지킵니다. 다른 일정을 줄여서라도 잠부터 확보합니다. |
| 2. 규칙적인 식사 | 단 음식은 혈당을 빠르게 올렸다가 떨어뜨려 피로를 키웁니다. 끼니를 거르지 않고 혈당을 천천히 올리는 식사를 합니다. |
| 3. 가벼운 활동 | 몸을 움직이면 대사가 활발해지고 뇌로 가는 혈류도 좋아집니다. 산책부터 시작합니다. |
| 4. 스트레스 줄이기 | 내가 바꿀 수 있는 일에만 신경을 쓰고 바꿀 수 없는 일은 내려놓는 연습을 합니다. |
쉬는 동안 짧은 영상을 오래 보는 것은 휴식처럼 느껴져도 뇌는 계속 자극을 받는 상태입니다. 쉬는 시간에는 화면에서 떨어져 지내는 편이 회복에 낫습니다.
회복은 단계적으로 옵니다
같은 영상에서 원장들은 진료실에서 본 회복 과정을 세 단계로 나눠 설명했습니다. 연구로 정한 기준은 아니고 진료 경험에서 나온 대략의 흐름이며 사람마다 차이가 큽니다.
| 단계 | 시기 | 모습 |
| 신생아기 | 쉬기 시작한 뒤 1~2주 | 먹고 자는 시간이 대부분입니다. 하루 12시간씩 자기도 합니다. |
| 어린이기 | 2~6주 무렵 | 산책, 간단한 집안일, 요리 정도는 할 수 있습니다. 공부나 취업 준비처럼 집중이 필요한 일은 아직 어렵습니다. |
| 성인기 | 두세 달 무렵 | 예전에 좋아하던 일을 다시 하고 싶어지고 해 보면 재미가 느껴집니다. |
많은 분이 어린이기에 조급해집니다. 몇 주를 잠만 잤으니 이제 뭐라도 해야 한다는 압박을 느끼지만 아직 의욕과 집중력이 따라오지 않아 더 힘들어집니다. 이 시기에는 할 수 있는 만큼만 하면 됩니다. 하고 싶은 일이 하나둘 떠오르기 시작하면 그때 새로운 계획을 세워도 늦지 않습니다. 심하게 지친 경우에는 회복에 네 달 이상 걸리기도 합니다.
병원에서는 어떻게 도와드리나요?
설문 검사와 자율신경 검사(HRV)로 스트레스가 몸과 마음에 미친 영향을 보고 우울증이 함께 있는지 확인합니다. 잠과 불안처럼 가장 불편한 증상부터 치료하고 필요하면 쉬는 기간과 복귀 시점을 함께 계획합니다. 우울증이 확인되면 약물치료를 하고 약이 부담스러운 분은 Deep TMS 같은 뇌자극 치료도 상담할 수 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스트레스 클리닉과 기분 클리닉 안내에 정리해 두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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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번아웃으로도 병가를 받을 수 있나요?
번아웃은 병명이 아니어서 번아웃만으로 진단서를 쓰기는 어렵습니다. 진료와 평가에서 우울증, 적응장애, 불면증처럼 치료가 필요한 상태가 확인되면 그에 맞는 진단서를 발급할 수 있습니다. 원하는 기간이나 문구를 정해 써 드릴 수는 없습니다.
번아웃인데 약을 먹어야 하나요?
쉬면서 회복되는 번아웃이라면 약이 꼭 필요하지는 않습니다. 잠을 못 자거나 우울과 불안이 함께 심하다면 약물치료가 회복을 도울 수 있습니다. 약이 부담스러운 분은 Deep TMS 같은 비약물 치료도 상담할 수 있습니다.
일을 그만두면 나아지나요?
원인이 된 환경에서 잠시 벗어나는 것은 회복에 도움이 됩니다. 다만 그만둘지는 지친 상태에서 급하게 정하기보다 휴가나 휴직으로 먼저 쉬어 보고 회복된 뒤에 판단하는 편이 좋습니다. 일을 쉬어도 좋아지지 않는다면 우울증을 확인해 보세요.
참고한 자료
- World Health Organization. Burn-out an “occupational phenomenon”: International Classification of Diseases. 2019년 5월 28일.
- Ahola K, et al. The relationship between job-related burnout and depressive disorders: results from the Finnish Health 2000 Study. J Affect Disord. 2005;88(1):55-62.
- Bianchi R, Schonfeld IS, Laurent E. Burnout-depression overlap: a review. Clin Psychol Rev. 2015;36:28-41.
- Koutsimani P, Montgomery A, Georganta K. The relationship between burnout, depression, and anxiety: a systematic review and meta-analysis. Front Psychol. 2019;10:284.
- 멘탈탄탄. 무기력과 번아웃을 극복하는 4단계 (2024년 8월 26일).
글쓴이 이준용 원장(서초점)
이 글은 일반적인 의학 정보입니다. 개인의 진단과 치료는 진료를 통해 결정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