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안에서 갑자기 심장이 세게 뛰고 숨이 막히는 느낌이 든 적이 있으신가요? 식은땀이 나고 손이 떨리면서 이러다 쓰러지는 건 아닌지 무서워집니다.
요즘은 공황장애라는 말이 널리 알려져서, 진료실에 “저 공황장애인 것 같아요” 하고 오시는 분이 많습니다. 막상 이야기를 들어 보면 공황장애가 아닌 경우도 있고, 반대로 공황장애인데 심장이나 호흡기 문제로만 생각하고 오래 지낸 분도 있습니다.
오늘은 공황발작이 어떤 것인지, 공황장애는 언제 진단하는지, 놓치기 쉬운 모습은 무엇인지 정리해 보겠습니다.
공황발작은 어떤 상태인가요?
공황발작은 강한 공포나 불편감이 갑자기 몰려와 몇 분 안에 최고조에 이르는 상태입니다. 이때 몸에 여러 증상이 한꺼번에 나타납니다.
- 심장이 빠르게 뛰거나 쿵쾅거린다
- 숨이 차거나 숨이 막히는 느낌이 든다
- 가슴이 아프거나 답답하다
- 식은땀이 나고 몸이 떨린다
- 어지럽고 쓰러질 것 같다
- 메스껍거나 배가 불편하다
- 몸이 화끈거리거나 오한이 든다
- 손발이 저리거나 감각이 둔해진다
- 내가 내가 아닌 것 같거나 주변이 낯설게 느껴진다
- 미쳐 버리거나 통제를 잃을 것 같다
- 죽을 것 같은 공포가 든다
이 가운데 네 가지 이상이 갑자기 함께 나타나면 공황발작으로 봅니다. 발작은 대개 수십 분 안에 가라앉습니다.
처음에는 심장 문제로 생각하기 쉽습니다
처음 공황발작을 겪은 분들은 대부분 이것이 공황이라고 생각하지 못합니다. 가슴이 아프고 숨이 막히니 심장이나 폐에 문제가 생겼다고 여기고 응급실을 찾습니다.
응급실에서 여러 검사를 받고 이상이 없다는 말을 들은 뒤, 같은 일이 몇 번 반복되고 나서야 정신건강의학과에 오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사이에 검사를 여러 번 받거나 인터넷에서 증상을 계속 찾아보면서 걱정이 더 커지기도 합니다.
공황발작과 같은 증상은 부정맥이나 협심증 같은 심장 질환, 갑상선 기능 항진증, 저혈당에서도 나타납니다. 그래서 공황장애로 진단하기 전에 이런 원인이 없는지 먼저 확인합니다.
공황발작이 있으면 모두 공황장애인가요?
그렇지 않습니다. 공황발작은 사회불안장애,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우울증에서도 나타날 수 있습니다. 발표를 앞두고만 생기는 발작이라면 사회불안을 먼저 생각해 봅니다.
공황장애는 다음 두 가지가 있을 때 진단합니다.
- 특별한 이유 없이 예상하지 못한 공황발작이 반복된다
- 발작 뒤 한 달 넘게 또 발작이 올까 봐 걱정하거나, 발작 때문에 생활 방식이 바뀌었다
예상하지 못했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사람이 많은 곳이나 터널 안에서만 생기는 것이 아니라, 집에서 쉬거나 TV를 보다가도 갑자기 찾아옵니다.
놓치기 쉬운 증상: 또 올까 봐 걱정하는 마음
공황장애로 힘든 분들은 발작 그 자체보다 “또 오면 어떡하지” 하는 걱정이 더 괴롭다고 말씀하시곤 합니다. 이것을 예기불안이라고 합니다.
발작이 없는 날에도 심장 박동이나 숨 쉬는 느낌에 계속 신경이 쓰이고, 몸이 조금만 달라져도 발작이 시작되는 것 같아 불안해집니다.
놓치기 쉬운 증상: 피하는 곳이 늘어납니다
발작이 났던 장소나 빠져나오기 어려운 곳을 피하게 됩니다. 처음에는 지하철 한 노선만 피하다가, 버스, 엘리베이터, 영화관, 마트 계산 줄로 피하는 곳이 늘어납니다. 혼자 외출하지 못하고 가족이 꼭 같이 가야 하는 분도 있습니다.
이렇게 피하는 생활이 굳어진 상태를 광장공포증이라고 합니다. 피하면 그 순간에는 마음이 편하지만, 피하는 곳이 늘수록 공황은 더 오래 이어지고 할 수 있는 일은 줄어듭니다.
놓치기 쉬운 증상: 자다가 깨는 공황
잠을 자다가 갑자기 심장이 뛰고 숨이 막혀 깨는 분도 있습니다. 이것을 야간 공황이라고 하며, 공황장애가 있는 분들에게 드물지 않습니다. 꿈을 꾸다 깨는 악몽과는 다르고, 꿈과 상관없이 깊이 잠든 단계에서 생깁니다.
자다가 발작이 오면 잠드는 것 자체가 두려워져 불면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야간 공황이 있다고 해서 더 심한 공황장애는 아니며, 낮의 공황과 같은 치료로 함께 나아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치료는 어떻게 하나요?
공황장애는 치료하지 않으면 오래 이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대개 20대 중반에 시작하는데, 몇 년씩 혼자 버티다 오시는 분이 적지 않습니다. 약물치료와 인지행동치료 모두 근거가 쌓인 치료입니다.
약물치료에는 항우울제 계열의 약(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 세로토닌 노르에피네프린 재흡수 억제제)을 주로 씁니다. 처음 1~2주에는 불안이 잠시 심해질 수 있어 적은 양으로 시작하고, 효과는 몇 주에 걸쳐 나타납니다. 그 사이 불안을 빨리 줄이는 약을 짧게 함께 쓰기도 합니다. 이 약은 오래 혼자 쓰면 의존이 생길 수 있어 기간과 양을 정해서 씁니다.
인지행동치료는 발작 때 몸에 생기는 감각이 위험하지 않다는 것을 직접 경험하며 익히는 치료입니다. 진료실에서 일부러 심장을 빨리 뛰게 하거나 어지럽게 만들어 그 감각을 견뎌 보고, 피하던 장소에 단계적으로 다시 가 봅니다. 약물치료와 같거나 더 나은 효과를 보이고, 치료가 끝난 뒤 재발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보고되었습니다.
좋아진 뒤에도 바로 약을 끊으면 다시 나빠지기 쉬워, 일정 기간 유지한 뒤 천천히 줄입니다.
이런 경우 진료를 받아 보세요
- 이유 없이 심장이 뛰고 숨이 막히는 일이 몇 번 반복됐다
- 검사에서 이상이 없다고 했는데 같은 증상이 계속된다
- 또 발작이 올까 봐 외출이나 대중교통이 꺼려진다
- 혼자 있거나 멀리 가는 것이 무섭다
- 자다가 숨이 막히고 가슴이 뛰어 깬 적이 있다
공황발작을 겪은 분들은 “의지가 약해서 그런가” 하고 혼자 참는 경우가 많습니다. 피하는 곳이 늘기 전에 정신건강의학과에서 평가를 받아 보시길 권합니다. 언제, 어디서, 어떤 증상으로 발작이 왔는지 적어 오시면 진료에 도움이 됩니다.
자주 묻는 질문
공황발작이 한 번 있었는데 공황장애인가요?
한 번의 발작만으로 공황장애라고 하지는 않습니다. 발작이 반복되는지, 그 뒤로 걱정이나 피하는 행동이 이어지는지를 함께 봅니다. 다만 한 번이라도 발작이 있었고 그 뒤로 불안이 계속된다면 진료를 받아 보시는 것이 좋습니다.
공황발작인지 심장 문제인지 어떻게 구분하나요?
증상만으로는 구분하기 어렵습니다. 처음 겪는 가슴 통증이나 숨참이라면 먼저 응급 진료나 내과 진료를 받아 심장 검사를 하는 것을 권유드립니다. 검사에서 원인이 나오지 않았는데 같은 일이 반복된다면 정신건강의학과 평가를 받아 보시길 권합니다.
약을 먹기 시작하면 평생 먹어야 하나요?
그렇지 않습니다. 증상이 좋아진 뒤 일정 기간 유지하고, 의사와 상의해 천천히 줄여 갑니다. 인지행동치료를 함께 받으면 약을 줄인 뒤 다시 나빠지는 일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됩니다.
불안할 때 먹는 약을 늘 가지고 다녀도 되나요?
처방받은 대로 쓰는 것은 괜찮습니다. 다만 약이 없으면 외출을 못 하는 상태가 되지 않도록, 어떻게 줄여 갈지 진료에서 함께 계획을 세웁니다.
참고한 자료
- 미국정신의학회 정신질환 진단 및 통계 편람(DSM-5)의 공황발작과 공황장애 기준
- 정신약리학 교과서의 불안장애 장
- 공황장애와 광장공포증의 인지행동치료에 관한 임상 교과서와 노출치료 연구
- 야간 공황의 특성과 치료에 관한 연구
이 글은 일반적인 의학 정보입니다. 개인의 진단과 치료는 진료를 통해 결정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