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대에 누운 지 한 시간이 지났는데 눈이 말똥말똥한 밤, 겪어 보신 적 있으신가요? 시계를 보면 벌써 새벽 2시이고, 내일 출근을 생각하면 마음이 더 급해집니다.
진료실에서 “자려고 누우면 오히려 정신이 또렷해져요”라는 말씀을 자주 듣습니다. 자려고 애쓸수록 더 잠이 안 오는 경험은 불면을 겪는 분들에게 흔합니다.
오늘은 불면증이 어떤 상태인지, 잠을 위해 무엇부터 바꿔 볼 수 있는지, 그래도 안 될 때 병원에서는 어떤 치료를 하는지 정리해 보겠습니다.
불면증은 어떤 상태인가요?
시험 전날이나 큰일을 앞두고 잠을 설치는 일은 누구에게나 있습니다. 이런 일이 며칠 있다고 해서 모두 불면증은 아닙니다.
불면은 크게 세 가지 모습으로 나타납니다.
- 잠들기까지 오래 걸린다
- 잠은 드는데 자다가 자주 깨고, 깬 뒤 다시 잠들기 어렵다
- 원하는 시간보다 훨씬 일찍 깨서 다시 잠들지 못한다
한 가지만 있는 분도 있고, 두세 가지가 함께 있는 분도 있습니다.
이런 일이 일주일에 세 번 이상, 석 달 넘게 이어지고, 잘 시간과 기회가 충분한데도 잠을 못 자서 다음 날 일이나 공부에 지장이 생기면 만성 불면증으로 봅니다. 야근이나 술자리 때문에 잠이 줄어든 경우와는 구분합니다.
먼저 원인을 확인합니다
불면으로 오신 분께는 잠을 방해하는 다른 원인이 있는지부터 여쭙습니다.
해외여행을 다녀온 뒤 잠을 못 자는 경우는 시차 때문이라 대개 시간이 지나면 돌아옵니다. 코를 심하게 골거나 자는 동안 숨이 멈춘다는 말을 들었다면 수면무호흡을 확인해야 합니다. 갑상선 기능 항진증처럼 신체 질환이 잠을 방해하기도 합니다.
우울증이나 불안이 있으면 불면이 함께 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대로 불면이 오래 이어지면 우울증이 생길 위험이 높아집니다. 그래서 잠만 따로 보지 않고 기분과 불안도 함께 봅니다.
원인이 되는 병이 있으면 그 치료를 함께 합니다. 뚜렷한 원인이 없다면 잠을 방해하는 습관부터 살펴봅니다.
잠자리 습관에서 바꿔 볼 것
자기 전 스마트폰은 멀리 둡니다. 화면을 보면 내용 때문에 머리가 깨어 있게 되고, 화면 빛은 잠을 돕는 호르몬인 멜라토닌의 분비를 줄입니다. 잠들기 30분 전부터 스마트폰을 쓰지 않은 연구에서 잠드는 시간이 짧아졌습니다. 알람이 필요하면 손이 닿지 않는 곳에 두세요.
잠이 안 오면 침대에서 나옵니다. 누운 채로 오래 뒤척이면 잠자리에서 깨어 있는 시간이 길어지고 걱정도 커집니다. 잠이 오지 않으면 침대에서 나와 어두운 조명 아래에서 책처럼 지루한 일을 하다가 졸릴 때 다시 눕습니다. 이때 TV나 스마트폰을 보면 다시 정신이 깨기 쉽습니다.
침대에서는 잠만 잡니다. 침대에서 TV를 보거나, 일을 하거나, 음식을 먹는 습관이 있다면 줄여 보세요. 누웠을 때 잠 말고 다른 일이 떠오르는 일이 줄어듭니다.
전날 잘 잤든 못 잤든 같은 시간에 일어납니다. 늦게 잠든 날 아침에 늦잠을 자면 그날 밤 잠드는 시간이 다시 늦어집니다. 그날은 피곤하더라도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는 편이 다음 날 밤 잠에 도움이 됩니다. 낮잠이 길어지는 것도 피합니다.
아침에 햇빛을 봅니다. 아침 빛은 몸의 하루 리듬을 앞당겨 밤에 졸음이 제때 오도록 돕습니다. 운동도 저녁보다는 아침이나 낮에 하는 것이 좋고, 잠자리 1시간 전에 중강도 이상의 운동은 피합니다.
카페인은 오후부터 줄입니다. 카페인은 잠들기까지 걸리는 시간을 늘리고 잠을 얕게 만듭니다. 커피뿐 아니라 녹차, 에너지음료, 초콜릿에도 들어 있습니다.
잠을 위해 마시는 술
“한 잔 하면 잠이 잘 와서요” 하고 말씀하시는 분이 적지 않습니다.
술을 마시면 처음에는 빨리 잠듭니다. 그런데 술이 몸에서 분해되는 새벽 무렵에는 자주 깨고 잠이 얕아집니다. 마신 날 중간에 깨고 아침에 개운하지 않은 이유입니다.
잠을 위해 술을 매일 마시면 며칠 안에 잠드는 효과는 줄고 잠을 깨우는 영향은 그대로 남습니다. 같은 효과를 보려고 마시는 양이 늘기 쉽습니다. 코골이나 수면무호흡이 있는 분은 술을 마신 날 숨 막힘이 더 심해집니다.
습관을 바꿔도 잠이 안 온다면
위에 적은 습관들은 잠을 지키는 기본입니다. 다만 석 달 넘게 이어진 만성 불면증은 습관 교육만으로도 잘 바뀌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만성 불면증에는 불면증 인지행동치료(CBT-I)를 먼저 권합니다. 미국과 유럽의 수면학회와 진료 지침이 약보다 먼저 시도하도록 권하는 치료입니다.
불면증 인지행동치료는 몇 주에 걸쳐 진행합니다. 수면일기를 쓰면서 실제 잠의 양상을 확인하고, 잠이 안 올 때 침대에서 나오는 방법을 연습합니다. 침대에 누워 있는 시간을 실제로 자는 시간에 맞춰 줄였다가 잠이 안정되면 조금씩 늘리는 방법(수면 제한)도 씁니다. “오늘 못 자면 내일 일을 망친다” 같은 잠에 대한 걱정도 함께 다룹니다.
수면제는 어떻게 쓰나요?
잠을 못 자서 너무 힘든 시기에는 약을 함께 쓸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인지행동치료와 약을 같이 하고, 잠이 안정되면 약을 천천히 줄여 갑니다.
약을 먹기 싫어 새벽까지 버티다가 뒤늦게 드시는 분이 있습니다. 이렇게 늦게 먹으면 다음 날 아침까지 졸림이 남고, 늦게 일어나면서 그다음 밤의 잠도 흐트러집니다. 처방받은 시간에 일정하게 드시고, 효과가 부족하다고 혼자 양을 늘리지 마세요.
수면제는 종류마다 특성이 다릅니다. 어떤 약을 얼마나 쓸지, 언제 어떻게 줄일지는 진료에서 함께 정합니다.
이런 경우 진료를 받아 보세요
- 잠을 못 자는 날이 일주일에 세 번 이상, 몇 주째 이어진다
- 잠 때문에 낮에 일이나 공부에 집중하기 어렵다
- 기분이 가라앉거나 걱정이 많아 잠이 오지 않는다
- 코를 심하게 골거나 자다가 숨이 멈춘다는 말을 들었다
- 잠을 위해 술을 마시는 날이 늘었다
습관을 바꿔 봐도 잠이 돌아오지 않으면 혼자 버티지 말고 정신건강의학과에서 평가를 받아 보시길 권합니다. 언제부터 어떻게 못 잤는지 1~2주 정도 적어 오시면 진료에 도움이 됩니다.
자주 묻는 질문
잠이 안 와도 눈 감고 누워 있으면 쉬는 것 아닌가요?
잠이 오지 않는데 오래 누워 있으면 침대에서 뒤척이며 걱정하는 시간이 늘어납니다. 잠이 오지 않으면 잠시 나와 있다가 졸릴 때 다시 눕는 편이 잠드는 데 도움이 됩니다.
주말에 몰아서 자면 괜찮지 않을까요?
주말에 늦게까지 자면 일요일 밤에 잠들기 어려워집니다. 주말에도 평일과 비슷한 시간에 일어나는 것이 좋습니다.
자기 전에 술 한 잔은 괜찮나요?
잠을 돕는 방법으로는 권하지 않습니다. 빨리 잠들게 하더라도 새벽에 깨는 일이 늘고, 매일 마시면 양이 늘기 쉽습니다.
수면제를 먹기 시작하면 끊지 못하나요?
약의 종류에 따라 오래 쓰면 몸이 익숙해져 갑자기 끊을 때 불편이 생기는 약이 있고, 그렇지 않은 약도 있습니다. 처방받은 대로 쓰고, 줄일 때는 의사와 상의해 천천히 줄이면 됩니다.
참고한 자료
- 만성 불면증의 진단과 치료에 관한 미국내과학회 진료 지침과 임상 종설
- 불면증 인지행동치료 구성 요소의 효과를 비교한 네트워크 메타분석
- 자극조절요법의 효과에 관한 메타분석
- 취침 전 스마트폰 사용 제한에 관한 무작위 연구
- 카페인, 알코올, 빛과 운동 시간이 수면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와 종설
- 정신약리학 교과서의 수면과 각성 장
이 글은 일반적인 의학 정보입니다. 개인의 진단과 치료는 진료를 통해 결정합니다.

